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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상



저녁을 먹다, 옆자리에서 고기를 구워먹는 사람들의 기름받이에 불이 붙었다.

거기 식당에 일하던 아저씨는 대수롭지 않다는듯이, 목장갑 하나 낀채로 그 기름 받이를 들어서 옮긴다.

잘만 옮겼다면 아무런 문제도 없었을것이다.

뜨겁다고 그 기름받이를 팽개치네...

바닦으로 내동댕이 쳐지는 기름받이와 거기서 튀어 오른 불붙은 기름들...

함께 식사를 하시던 성훈 과장님은 등과 얼굴, 손등에 기름이 튀었고, 좀 더 뒤에 있던 나는 손등에 불덩이가 하나 떨어졌다.

다행이도 시계를 차고 있었던 터러, 반만 데였다.

눈물 그렁이며 어쩔줄 몰라하던 사장 아주머니...

그리고 한달이라는 시간이 지나 화상치료가 끝났다.

피부변형등 심한 흉터는 남지 않겠지만, 일부 흉터가 남을 수 있다고 한다. 물론 색소 침착은 아주 오래 있어봐야 알것 같다고 하고...

이런 정황에 치료를 끝맺고, 관련 진료비를 식당에 청구하러 갔었다.

진료비 금액을 확인한 순간, 눈물 그렁이는 사장은 온데간데 없고, 일단 명함 한장 달랜다.
병원에 내역 확인 후 다시 연락을 준덴다.

그리곤 하루가 지나, 병원에 진료내역서를 발부하러간덴다. 보험사에서 보내달라고 했다나...

그리고 다시 일주일이 지났다.

감감 무소식에 답답한 마음에 다시 식당을 찾았다.

어린애 달래듯 대수롭지 않게 예기하며, 자기내들은 모르겠단다. 보험사에서 다 알아서 해주기로 했다고, 연락 기다려 보라고 한다.

보험사에 사고 접수한 접수번호를 묻자, 모르겠단다. 담당자 연락처도 모르겠단다. 보험사 이름도 모르겠단다.

진료 내역에 미용을 받았단다. 남자 둘이서 무슨 미용을 받으며, 미용을 받는데 20만원밖에 안나오겠는가? 5주 진단이 나왔는데도?

진료비가 부당하단다.

화상이라는게 후시딘 한번 발라주면 없어지는것도 아니고, 치료 받는 사람도 절차와 과정이 번거로워 불편한게 이만저만이 아닌데, 그 식당에선 자기들 귀찮은 일만 시킨다는 식이다.

자주가던 단골집이라서, 별다른 합의도 없이 그냥 진료비만 청구했는데, 불붙은 기름 덩이를 퍼부웠던 사람들이, 이제는 배짱이다.

왜 병원으로 안가고, 피부과로 갔냐고 묻는다.
내가 알기론 화상은 시간과의 싸움이라고 알고 있다. 가장 가까운 곳 중 진료가능한 병원을 갔던것을, 그쪽에선 우리가 미용을 받으러 간게 아니냐는 것이다.

세상이 요즘 왜 이렇게 변했는지 모르겠다.

이래도, 아직, 세상은 살만한 곳일까...

삼성동 고기집 "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