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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런 아침에 드는 기억..::]

어머니께서는 아들이 알아서 공부를 잘 하기를 바라셨다. 따로 챙겨 주는거 없으셨고 참고서 살 돈이 필요하다고 요청을 하면 내 손을 두손으로 꼭 잡으시고는
"이 참고서가 진짜 정말 필요한건지, 선생님을 찾아가서 물어 보고 온나" 라고 하셨다.
그래서 나는 학교 다니는 내내 참고서가 없어서 다른반 애들것을 빌리러 다녔고, 빌리다 선생님께 걸려서 혼나곤 했었다. 혼나는 이유는 내가 참고서비를 땡겨먹고는 안샀기 때문이란다.
그땐 그게 너무 싫었다. 자식 공부 하는데까지 돈에 이리 인색 할 수 있나 하고 말이다.

우리때는 시험 문제가 다 참고서에서 나왔다. 참고서가 없는 나는 시험기간엔 교과서밖엔 볼 수가 없었고, 물론 내가 열심히 못해서 인 것도 있지만, 상대적으로 불리 할 수 밖에 없었던게 사실이다.

그러던 중 친구가 일본에 있는 어머니에게 갈 예정이니 나도 같이 가자고 한다. 일본에서 2년만 생활하면 외국어 특별 전형 같은게 있다나...

그 날 집에 돌아와 어머니께 조심스럽게 여쭤 보았다.

"엄마, 엄마는 내가 유학 가고 싶다면 보내 줄 수 있나?"
눈을 지긋이 올려 뜨시는 어머니께서는,
"내, 우리 아들 공부 하겠다고 하면 썩은 고재기를 팔아서라도 시켜 줄 수 있다. 그런 걱정은 하지마라"

지금 생각 해 보면 어머니께서 돈에 인색하신게 아니라, 내가 공부에 인색했던게 더 컸을 것이다 라는 생각이 든다.

오늘 아침 속옷을 꺼내 입는데, 한쪽 모퉁이가 헤져있는 부분을 보니,
그때 어머니의 말씀이 문뜩 귓가로 내려 앉았다....